얼마 전, MBC에서 방영했던 남극의 눈물이란 다큐멘터리를 매우 감동적으로 봤다. 남극은 누가 뭐라 해도 펭귄들의 땅이었다. 그러나 여러 종류의 펭귄들 중 나를 감동시켰던 것은 황제펭귄이었다. 새끼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황제펭귄의 부정(父情)에 개인적인 감동도 있었지만, 경영자의 입장에서, 그것도 중국이라는 황무지에서 경영하고 있는 나의 입장에서는 좀 더 다른 측면으로 황제펭귄이 다가왔다.
대부분의 펭귄들이 먹이가 풍부하고 그나마 좀 더 따뜻한 바닷가에서 군락을 이루며 풍요롭게 살고 있는 것에 반하여, 황제펭귄은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내륙을 선택하였다. 천적인 바다표범이나 도둑갈매기로부터 소중한 새끼와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먹이가 풍부한 바다와 멀리 떨어진 거센 눈바람과 영하 30도가 넘는 강추위를 선택한 것이다. 황제펭귄의 선택은 엄청난 고난이었다. 남극, 그곳도 가장 추운 내륙, 영원한 얼음의 땅, 그곳은 그 어떤 천적보다도 힘든 싸움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자연을 극복하는 방법을 터득하였고, 생존하게 되었다.
먼저 자신들의 신체를 두터운 지방질로 이루어진 육중한 몸으로 바꾸어, 추위를 버티고 오랫동안 먹지 않아도 견딜 수 있는 개인 저장 창고를 만들었고, 혼자의 힘으로는 극복하기 힘든 강추위를 이기기 위해 서로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기는 허들링(Huddling)이라는 집단 협력의 힘도 개발하였다. 또한 알을 하나만 낳아 추운 땅이 아닌 아비의 발등에서 두터운 뱃살로 덮어 부화하고, 어미와 아비가 교대로 새끼를 키우며 먹이를 공급하는 부창부수(夫唱婦隨)의 지혜도 깨우쳤다.
이런 황제펭귄의 생존의 힘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바로 혁신(革新)과 협력(協力)에 있다.
혁신의 “革”은 가죽을 뜻한다. 과거 동물의 가죽을 벗겨서 수 많은 무두질의 힘듦과 오랜 시간의기다림이 있어야만 우리가 입을 수 있는 새로운 가죽 옷으로 탄생했듯이 혁신은 그만큼 어렵고 오랜 기다림이 필요한 것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그런 기다림 대신에 썩은 살을 바로 도려내야 새살이 돋아 나듯이, 살(가죽)을 벗기는 지독한 고통의 대가로 혁신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황제펭귄은 여느 펭귄들처럼 날기를 포기하고 날개 대신 수영에 편리한 지느러미 같은 날개를 얻었지만, 다른 펭귄들과는 달리 비대한 몸집과 함께, 차갑고 딱딱한 얼음의 땅을 걷기 위해 날카로운 발톱과 견고한 피부의 발을 얻었다. 이것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자연스런 진화라기 보다는 자기계발이고 혁신이다.
협력의 한자를 살펴보면 열 십(十)자와 힘 력(力)자로만 이루어졌다. 나무(木)가 두 개면 숲(林)을 이루고, 세 개면 더 무성한 숲(森)을 이루며, 이 두 글자를 합한 다섯 개의 나무를 우리는 삼림(森林)이라고 한다. 그런데 협력(協力)은 힘(力)이 세 개인 것도 모자라 그 앞에 10(十)을 곱해 30개의 힘을 더한 힘이라고 표현했다. 그 만큼 단체의 힘은 놀라운 기적을 보여주는 것이다. 황제펭귄의 허들링은 일정한 시간을 주기로 바깥의 펭귄이 안으로 들어오고, 안의 펭귄이 바깥으로 나가는 과정 속에, 나 하나만 좀 더 따뜻해야겠다는 이기심보다는 바깥의 동료를 생각하는 배려심에 의해 이루어진 놀라운 산물이다. 수 만마리의 황제펭귄 집단과 허들링이라는 협력체계는 바로 황제펭귄이 동토(凍土)의 남극 내륙에서 살아날 수 있는 생존법인 것이다.
철새처럼 따뜻한 곳으로 날아가버리면 좋았겠지만, 펭귄들은 풍요로운 바다가 있는 남극에 남는 것을 선택했다. 그러나 황제펭귄은 좀 더 따뜻하고 먹이가 풍족한 바닷가를 버리고, 오히려 남극에서도 가장 추운 내륙을 선택하였고, 자신이 선택한 길에서 도망가지 않고 당당히 맞서서 이겨내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흔히들 인생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라고 한다. 그래서 인생은 B(Birth) to D(Death)인데, B와D 사이에 있는 C가 바로 Choice라고도 한다. 오랫동안 한 회사에 다니던, 아니면 다른 회사로 옮기던, 그것은 자신의 선택이다. 한 회사에 오래 다녔다고 자만하여 자신 스스로 혁신하지 못하거나, 혼자 잘났다고 남들과 협력하지 못한다면, 추운 얼음 땅에서 얼어 죽어 버리는 황제펭귄이 될 것이다. 가장 추운 가장자리에 있는 펭귄들을 위해 안쪽의 펭귄들이 자리를 양보하는 것은 조직 내에서 반드시 필요한 배려와 협력이라는 상생의 아름다운 지혜임을 배워야 한다.
[출처] 동물의 생존경영 - 1. 남극의 황제펭귄|작성자 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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